마이너스통장, 쓰지 않아도 한도만큼 잡히는 대출 잔액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다가 예상보다 한도가 적게 나와 당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은행에서 듣는 설명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몇 해 전에 만들어 두고 한 번도 쓰지 않은 마이너스통장이 대출로 잡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통장 잔액은 그대로이고 이자도 한 푼 나가지 않았는데 빚은 이미 있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이자를 매기는 기준과 부채를 세는 기준이 서로 다른 금액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1. 한도 약정으로 열리는 마이너스통장

마이너스통장은 상품의 정식 이름이 아닙니다.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의 대출금리 비교공시는 이 상품을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으로 분류하고, 일반분할상환대출이나 일시상환대출과 나누어 금리를 공시합니다. 이름이 실제로 가리키는 것은 통장이 아니라 한도대출이라는 대출 방식입니다.

일반 신용대출은 승인이 나면 약정한 금액이 한꺼번에 통장에 들어옵니다. 그날부터 원금 전액에 이자가 붙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원금을 나누어 갚습니다. 돈이 먼저 나오고 상환이 뒤따르는 구조입니다.

한도대출은 순서가 다릅니다. 개설 시점에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은 없습니다. 은행이 정해 주는 것은 금액이 아니라 범위이고, 통장 잔액이 0원 아래로 얼마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가 그 범위입니다. 돈을 꺼내 쓰는 시점과 방법은 계좌를 가진 사람이 정합니다.

다만 계약이 성립하는 시점은 돈을 꺼내 쓰는 날이 아니라 한도를 약정한 날입니다. 한 번도 인출하지 않았더라도 은행 장부에는 대출 약정이 이미 올라가 있습니다. 쓰지 않은 마이너스통장이 서류상 사라지지 않는 출발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2. 사용 금액과 사용 일수로 붙는 이자

이자는 약정한 한도가 아니라 실제로 꺼내 쓴 금액에만 붙습니다. 게다가 쓴 날수만큼만 계산됩니다. 이 두 가지가 마이너스통장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부분입니다.

이자 = 사용잔액 × 약정금리 × (사용일수 ÷ 365)

각 값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잔액은 그 시점에 마이너스로 내려가 있는 금액이고, 약정금리는 계약할 때 정해진 연이율입니다. 사용일수는 그 잔액이 유지된 날수이며, 분모의 365는 연이율을 하루치로 나누기 위한 값입니다. 잔액이 달라지면 그 구간마다 다시 계산해 더합니다.

가정값을 넣어 보겠습니다. 한도가 5,000만원인 마이너스통장에서 1,000만원을 꺼내 30일 동안 쓰고 다시 채워 넣었다고 놓겠습니다. 금리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값으로 연 6%를 적용합니다.

49,315원 = 1,000만원 × 6% × (30 ÷ 365)

한도가 5,000만원이어도 이자는 꺼내 쓴 1,000만원에만 붙고, 한 달을 채우지 않았으므로 30일치만 계산됩니다. 한 번도 인출하지 않았다면 곱해지는 앞의 값이 0이므로 이자도 0원입니다.

그래서 마이너스통장은 비상금 계좌처럼 여겨집니다. 열어 두기만 하고 손대지 않으면 비용이 들지 않으니, 만들어 두는 것 자체에는 부담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3. 한도금액을 대출총액으로 보는 DSR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판단이 어긋나는 자리는 이자가 아니라 다른 대출의 심사입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줄여서 DSR이라고 부르는 지표가 그 자리에 있습니다.

DSR = 연간 원리금상환액 ÷ 연간소득

분자에는 그 사람이 가진 모든 대출의 한 해치 원리금상환액이 들어갑니다. 문제는 대출마다 갚는 방식이 달라 이 값을 바로 꺼낼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규정은 대출 종류별로 원리금상환액을 산정하는 방식을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은 실제 상환액을 쓰고, 만기에 한꺼번에 갚는 대출은 대출총액을 정해진 산정만기로 나눕니다.

마이너스통장에 적용되는 방식은 금융위원회가 DSR을 각 업권에 도입하면서 밝혀 두었습니다. 한도대출은 실제로 쓴 금액이 아니라 약정한 한도를 기준으로 산출하고, 만기연장 등을 감안해 그 금액을 분할상환하는 것으로 산정합니다. 도입 당시 정해진 기간은 10년이었습니다.

연간 원금상환액 = 한도금액 ÷ 산정만기

산정만기는 고정된 값이 아닙니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10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서 DSR 계산에 쓰는 만기를 대출별 평균만기에 맞춰 줄이기로 하고, 신용대출은 7년에서 5년으로, 비주택담보대출은 10년에서 8년으로 낮췄습니다. 이 변경은 2022년 1월부터 적용됐습니다.

산정만기를 5년으로 놓고 앞의 한도 5,000만원을 넣으면 값이 나옵니다. 5년은 여기서 계산을 보이기 위해 놓은 값입니다.

1,000만원 = 5,000만원 ÷ 5년

한 푼도 쓰지 않은 통장에서 해마다 1,000만원씩 원금을 갚고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이자상환액이 더해져 분자에 들어갑니다.

4. 이자가 세는 금액과 심사가 세는 금액

같은 마이너스통장을 두고 두 계산이 서로 다른 금액을 집어 듭니다. 어느 쪽이 맞는 계산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둘이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자가 세는 금액

  • 기준 금액: 실제로 꺼내 쓴 사용잔액
  • 계산 주기: 잔액이 유지된 날수
  • 쓰지 않은 기간: 계산에서 제외
  • 한도를 늘렸을 때: 이자에 변화 없음

심사가 세는 금액

  • 기준 금액: 약정한 한도금액 전액
  • 계산 주기: 산정만기로 나눈 한 해치
  • 쓰지 않은 기간: 계산에 그대로 포함
  • 한도를 늘렸을 때: 부채가 함께 증가

이자는 이미 일어난 일을 셉니다. 얼마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썼는지가 확정된 뒤에야 금액이 나옵니다.

심사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셉니다. 마이너스통장은 약정이 살아 있는 동안 언제든 한도까지 끌어 쓸 수 있는 계좌이고, 규정이 한도 전액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도 그 가능성 때문입니다. 만기연장 등을 감안한다는 단서 역시 이 약정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전제를 담고 있습니다.

5. 다른 대출 심사에서 먼저 빠지는 여력

DSR은 비율이므로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몫에 상한이 있습니다. 소득에 그 비율을 곱한 금액이 한 해 동안 감당할 수 있는 원리금의 총량이 되고, 이미 잡혀 있는 대출이 그 안에서 자리를 차지합니다.

남은 여력 = 연간소득 × DSR 비율 – 기존 대출 연간 원리금상환액

가정값으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연간소득 6,000만원, 적용 비율 40%로 놓으면 한 해 동안 쓸 수 있는 원리금 총량은 2,400만원입니다. 비율은 계산을 보이기 위한 가정값이며 업권과 규제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에서 앞서 계산한 마이너스통장의 연간 원금상환액 1,000만원이 먼저 빠집니다. 남는 자리는 1,400만원이고, 새로 받으려는 주택담보대출은 그 안에서만 한도가 나옵니다. 쓰지 않은 통장 하나가 쓸 수 있는 몫의 상당 부분을 미리 차지한 셈입니다.

마이너스통장이 여러 개면 한도끼리 합산됩니다. 각각은 작아 보여도 합쳐진 금액을 산정만기로 나눈 값이 그대로 분자에 얹힙니다.

순서가 만드는 차이도 있습니다. 큰 대출을 받은 뒤에 마이너스통장을 열면 이미 승인된 대출은 그대로 남지만, 마이너스통장을 먼저 열어 둔 상태에서 큰 대출을 신청하면 그 한도가 심사에 반영된 채로 계산이 시작됩니다.

6. 한도 감액과 만기 연장에서 달라지는 계산

한도대출은 기간을 정해 약정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심사를 거칩니다. 연장 시점에는 소득과 신용 상태, 상환 능력이 새로 확인되고 그 결과에 따라 한도가 그대로 유지되기도 하고 조정되기도 합니다. 처음 받은 한도가 만기까지 자동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부채로 잡히는 금액이 한도에서 나오므로 한도가 달라지면 계산도 함께 달라집니다. 한도가 줄면 분자에 들어가는 금액이 같은 폭으로 줄고, 약정을 정리하면 그 항목 자체가 계산에서 빠집니다. 반대로 한도를 늘리면 쓰지 않더라도 늘어난 만큼 부채가 커집니다.

주의할 점은 한 번 정리한 한도가 같은 조건으로 다시 열린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여는 시점의 소득과 신용 상태, 그때의 규제로 새로 심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여력과 나중의 필요를 함께 놓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상태를 확인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쓰지 않는 한도가 남아 있는지 확인합니다.
  2. 약정서에서 한도금액과 만기일을 확인합니다.
  3. 한도금액을 산정만기로 나눈 값을 계산합니다.
  4. 그 값을 뺀 나머지 여력을 확인합니다.

 결국 마이너스통장에는 잔액이 두 개 있습니다. 통장에 찍히는 잔액과 심사가 읽는 잔액입니다. 앞의 잔액은 쓴 만큼만 움직이고 이자도 거기에만 붙지만, 뒤의 잔액은 약정한 한도에 고정되어 인출 여부와 무관하게 남아 있습니다. 한도를 정하는 일이 곧 다른 대출에서 비워 둘 자리를 정하는 일과 같아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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