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연금과 노령연금 중복, 한쪽만 골라야 하는 지급 조정
부부가 각자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냈고, 둘 다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한 뒤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은 배우자에게는 본인의 노령연금과 배우자의 사망으로 생긴 유족연금, 두 개의 권리가 동시에 놓입니다. 그런데 공단 창구에서는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안내합니다. 각자 낸 보험료가 있는데 왜 하나만 받게 되는지, 고르지 않은 쪽은 어떻게 되는지, 무엇을 골라야 손해가 적은지를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1. 둘 다 받을 수 없는 이유
국민연금법은 한 사람에게 둘 이상의 급여 수급권이 생기면 수급권자가 고른 하나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지급을 정지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중복급여의 조정이라고 부르는 규정입니다.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은 이름이 다르지만 모두 같은 제도 안에서 나오는 급여입니다. 한 사람이 여러 급여를 겹쳐 받으면 한정된 재원이 소수에게 몰리기 때문에, 제도는 겹치는 부분을 덜어 내는 쪽을 택했습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오해가 있습니다. 보험료를 각자 냈으니 각자의 몫을 다 받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조정의 기준은 누가 보험료를 냈는지가 아니라 누가 급여를 받는지입니다. 사망한 배우자가 낸 보험료는 유족연금이라는 급여로 이미 형태를 바꾸었고, 그 급여를 받을 사람이 이미 다른 급여를 받고 있으면 조정 대상이 됩니다.
다만 고르지 않은 급여의 권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급이 정지될 뿐이어서, 나중에 사정이 달라지면 다시 살펴볼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이 조정은 노령연금과 유족연금 사이에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 노령연금 수급 중 배우자 사망: 노령연금과 유족연금 가운데 하나만 지급
- 장애연금 수급 중 배우자 사망: 같은 규칙으로 하나만 지급
- 고르지 않은 급여가 반환일시금인 경우: 사망일시금 해당액을 대신 지급
어느 경우든 두 급여를 그대로 겹쳐 받는 길은 열려 있지 않습니다.
2. 고르지 않은 쪽에서 나오는 30%
조정이 전부 아니면 전무의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고르지 않은 급여가 유족연금인 경우에는 그 유족연금액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더해 줍니다. 고른 급여가 반환일시금인 경우는 여기서 빠집니다.
방향이 반대일 때는 이 가산이 없습니다. 유족연금을 골랐다면 본인의 노령연금은 전액 정지되고 노령연금에서 따로 나오는 금액도 없습니다. 두 선택지가 대칭이 아니라는 점이 이 제도의 핵심입니다.
가산이 유족연금 전액이 아니라 일부인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조정의 목적이 겹치는 몫을 덜어 내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한쪽을 온전히 남겨 두면 조정을 하는 의미가 사라지고, 반대로 한 푼도 남기지 않으면 남은 배우자의 생활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그 사이에 놓인 것이 지금의 가산 비율입니다.
노령연금을 고를 때 받는 금액 = 노령연금액 + 유족연금액 × 30%
유족연금을 고를 때 받는 금액 = 유족연금액
3. 유족연금액이 정해지는 순서
비교를 하려면 유족연금액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전에 유족연금이 나오는 사망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노령연금을 받던 사람,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가입자, 장애등급 2급 이상의 장애연금을 받던 사람이 사망하면 유족연금이 나옵니다. 가입 중이던 사람은 보험료를 낸 기간이 가입 대상 기간의 3분의 1 이상이거나, 사망일 앞 5년 가운데 3년 이상 보험료를 낸 경우에 요건을 채웁니다.
유족연금액은 사망한 사람의 가입기간에 따라 정해집니다.
- 가입기간 10년 미만: 기본연금액의 40%
- 가입기간 10년 이상 20년 미만: 기본연금액의 50%
- 가입기간 20년 이상: 기본연금액의 60%
여기에 부양가족연금액이 더해집니다. 배우자, 자녀, 부모 가운데 생계를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액으로 붙는 금액입니다.
산정의 출발점이 되는 것은 사망한 사람이 실제로 받고 있던 연금액이 아니라 기본연금액입니다. 조기노령연금을 받고 있어 감액된 금액을 받던 사람이라도 유족연금은 감액 전 기본연금액에 위 비율을 곱해 구합니다. 반대로 연기해서 늘려 받고 있었다면 그 늘어난 부분은 유족연금에 그대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에 상한이 하나 붙습니다. 노령연금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의 유족연금액은 그 사람이 지급받던 노령연금액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가입기간이 10년을 갓 넘겨 두 금액이 가까워지는 구간이나 조기 수령으로 감액 폭이 컸던 경우에는, 비율로 계산한 금액이 이 상한에 걸려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유족의 범위와 순위도 정해져 있습니다. 배우자가 가장 앞이고 사실혼 관계도 포함합니다. 그다음이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 순이며 각 순위마다 나이나 장애 요건이 붙습니다.
4. 두 금액이 뒤집히는 지점
이제 계산을 세울 수 있습니다. 노령연금을 고르는 쪽이 유리하려면 노령연금액에 유족연금액의 30%를 더한 값이 유족연금액보다 커야 합니다. 양쪽에서 겹치는 부분을 정리하면 기준선이 하나로 남습니다.
갈림 지점 = 유족연금액 × 70%
본인의 노령연금액이 이 값보다 크면 노령연금을 고르는 쪽이 많고, 작으면 유족연금을 고르는 쪽이 많습니다. 아래 숫자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값입니다. 사망한 배우자의 기본연금액이 100만원이고 가입기간이 20년 이상이면 유족연금은 60만원이 됩니다.
갈림 지점 = 60만원 × 70% = 42만원
본인 노령연금이 50만원이면 노령연금을 골랐을 때 50만원에 18만원을 더한 68만원을 받습니다. 유족연금을 고르면 60만원입니다. 8만원 차이로 노령연금 쪽이 많습니다.
본인 노령연금이 35만원이라면 결과가 뒤집힙니다. 35만원에 18만원을 더해도 53만원이어서 유족연금 60만원에 미치지 못합니다.
부양가족연금액이 붙는 경우에는 비교 대상 금액이 함께 움직이므로 위 기준선도 그만큼 이동합니다.
기준선을 실제로 쓸 때는 비교할 노령연금액을 어느 시점의 금액으로 잡는지가 중요합니다. 조기노령연금을 받고 있으면 감액된 금액이 비교 대상이 되고, 연기하는 중이라면 아직 받지 않는 상태이므로 비교가 뒤로 미뤄집니다. 유족연금 쪽은 사망 시점에 금액이 이미 정해져 움직이지 않습니다. 한쪽만 움직인다는 점이 시점을 고르는 여지를 만듭니다.
5. 배우자 유족연금이 멈추는 구간
배우자가 받는 유족연금에는 다른 유족에게 없는 정지 규정이 있습니다. 수급권이 생긴 뒤 3년 동안은 지급하고, 그 뒤에는 정해진 연령에 이를 때까지 지급을 멈춥니다. 이 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올라갑니다.
멈추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 장애등급 2급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 사망자의 25세 미만 자녀를 기르고 있는 경우
-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
여기서 소득이 있는 업무란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을 합해 월평균으로 환산한 금액이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을 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기준을 넘지 않으면 정지 대상이 아닙니다.
3년이라는 기간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배우자를 잃은 직후의 소득 공백을 메우려는 것입니다. 그 뒤에는 스스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상태인지를 다시 봅니다. 그래서 정지 여부는 나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소득과 부양하는 자녀의 유무를 함께 봅니다.
재혼은 성격이 다릅니다. 정지가 아니라 수급권 자체가 소멸합니다. 한 번 사라진 뒤에는 이혼하더라도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정지 구간이 있으면 앞 절의 비교를 한 번으로 끝낼 수 없습니다. 유족연금이 나오는 기간과 나오지 않는 기간이 나뉘므로, 남은 기간 전체에서 어느 쪽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6. 세금까지 놓고 다시 보는 크기
세전 금액이 비슷하다면 세금이 결과를 가릅니다. 두 급여는 세법에서 다르게 다루어집니다.
노령연금
- 세금: 연금소득으로 과세
- 과세되는 부분: 2002년 이후 낸 보험료에 대응하는 금액
- 수급권이 사라지는 사유: 본인 사망
- 다른 법의 유족급여와 겹칠 때: 조정 없음
유족연금
- 세금: 과세하지 않음
- 과세되는 부분: 없음
- 수급권이 사라지는 사유: 본인 사망과 재혼
- 다른 법의 유족급여와 겹칠 때: 절반만 지급
노령연금은 연금소득으로 과세합니다. 2002년 1월 1일 이후에 낸 보험료에 대응하는 부분이 대상이므로 그 전에 가입기간이 길었던 사람일수록 과세되는 몫이 작습니다. 유족연금은 과세하지 않습니다. 세전 금액이 엇비슷하면 실제로 손에 남는 금액은 유족연금 쪽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30% 가산분의 성격도 함께 보게 됩니다. 노령연금을 골랐을 때 더해지는 그 금액은 유족연금에서 나오는 몫입니다. 노령연금 본체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계산에 넣어야 세후 비교가 맞아떨어집니다.
산업재해로 사망해 다른 법의 유족급여를 함께 받게 되는 경우에는 유족연금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이런 사정이 있으면 앞의 기준선은 그대로 쓸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선택은 사망한 날 한 번의 계산이 아닙니다. 정지 구간이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나는지, 본인의 노령연금을 언제부터 받기 시작하는지, 세금이 어느 쪽에 얼마나 붙는지가 모두 남은 기간에 걸쳐 작동합니다. 두 금액을 나란히 놓고 한 번 비교하는 것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