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보다 회사채 금리가 높은 만큼 커지는 부도 위험



채권을 고르다 보면 만기가 같은데 금리가 다른 두 채권을 나란히 보게 됩니다. 정부가 발행한 국고채보다 회사가 발행한 회사채의 금리가 높고, 회사채끼리도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더 높습니다. 더 주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차이는 약속한 날 원리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에 매겨진 값입니다. 문제는 그 값이 충분한지 부족한지를 금리 숫자만으로는 가릴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크기의 간격이라도 부도 가능성이 실제로 커진 결과일 수 있고, 거래가 얼어붙어 붙은 값일 수도 있습니다.

1. 국고채가 기준선이 되는 이유

국고채는 정부가 원화로 발행하고 원화로 갚는 채권입니다.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 가운데 만기별로 꾸준히 발행되어 지표 역할을 하는 것이 국고채입니다. 세금을 걷을 권한과 자국 통화를 발행할 권한이 뒤에 있어서, 약속한 원리금을 내주지 못할 가능성이 다른 발행자보다 낮게 평가됩니다. 그래서 채권시장은 국고채 금리를 무위험에 가장 가까운 기준선으로 씁니다.

기준선이 있으면 나머지 금리를 두 조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국고채 금리: 돈을 일정 기간 빌려주는 데 대한 값
  • 신용스프레드: 그 돈을 못 돌려받을 수 있다는 데 대한 값

신용스프레드 = 회사채 금리 − 같은 만기 국고채 금리

만기를 맞춰 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기가 다르면 기간에 대한 값이 섞여 들어와 신용에 대한 값만 따로 남지 않습니다. 3년 만기 회사채는 3년 만기 국고채와 견주어야 합니다.

회사가 갚지 못할 가능성을 따로 값으로 매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채는 대부분 담보도 보증도 붙지 않은 무보증사채입니다. 은행 대출처럼 부동산을 잡거나 보증인을 세우지 않고, 회사가 벌어들이는 현금과 남은 재산만이 상환의 근거가 됩니다. 그 근거가 흔들릴 가능성을 금리로 받는 것이 스프레드입니다.

2. 스프레드에 섞여 있는 세 가지

스프레드 전부가 부도 위험의 값은 아닙니다. 이 간격에는 성격이 다른 보상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 기대손실: 부도가 났을 때 평균적으로 잃게 되는 금액의 값
  • 유동성 프리미엄: 팔고 싶을 때 제값에 팔기 어려운 데 대한 값
  • 위험 프리미엄: 손실의 크기가 불확실하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값

국고채는 거래량이 많고 호가가 촘촘하지만, 개별 회사채는 발행 물량이 적고 만기까지 들고 있는 투자자가 많아 거래가 얇습니다. 급하게 팔면 그만큼 낮은 값을 받게 됩니다. 이 불리함이 미리 금리에 얹혀 있는 것이 유동성 프리미엄입니다.

위험 프리미엄은 성격이 또 다릅니다. 평균적으로 얼마를 잃는지가 아니라, 그 손실이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값입니다. 결과가 흔들릴수록 투자자는 더 받기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스프레드가 벌어졌다고 부도 위험만 커졌다고 읽으면 어긋납니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세 가지가 함께 커지기 때문입니다.

3. 기대손실을 이루는 두 값

기대손실은 두 값을 곱해 구합니다. 부도가 일어날 확률과, 부도가 났을 때 얼마를 못 건지는지입니다.

기대손실 = 부도확률 × (1 − 회수율)

회수율은 부도가 난 뒤 회생이나 파산 절차에서 실제로 돌려받는 비율입니다. 부도가 곧 원금 전액 손실은 아니라는 뜻이며, 무엇을 담보로 잡았고 변제 순서에서 몇 번째인지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같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이라도 순위가 다르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1. 담보가 설정된 채권이 담보물의 처분 대금에서 먼저 회수합니다.
  2. 담보가 없는 선순위 채권이 남은 재산에서 회수합니다.
  3. 후순위 채권이 그다음 순서로 회수합니다.
  4. 주주가 마지막 순서로 남은 것을 받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신용등급은 원리금을 약속대로 갚을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지, 갚지 못했을 때 얼마를 건질 수 있는지를 말해 주지 않습니다. 등급이 같아도 담보와 변제 순위가 다르면 실제 손실은 다르게 나옵니다.

같은 회사의 채권을 두고 무보증인지, 담보가 붙었는지, 보증기관의 보증이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회수율은 회사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에도 좌우됩니다. 팔아서 값을 매길 수 있는 토지와 설비가 많은 회사는 절차가 끝난 뒤 남는 것이 있지만, 자산의 대부분이 인력과 기술처럼 형태가 없는 회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등급이라도 업종에 따라 부도 이후의 결과가 갈리는 배경입니다.

4. 스프레드가 감당한다고 보는 부도확률

앞의 식을 뒤집으면 시장이 요구하는 스프레드가 어느 정도의 부도를 감당하는 값인지 되돌려 볼 수 있습니다.

손익분기 부도확률 = 신용스프레드 ÷ (1 − 회수율)

아래 숫자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값입니다. 같은 만기 국고채 금리가 3%이고 어떤 회사채 금리가 5%라면 스프레드는 2%포인트입니다. 부도가 났을 때 40%를 회수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계산은 이렇게 됩니다.

손익분기 부도확률 = 2% ÷ (1 − 0.4) = 3.3%

해마다 부도가 날 확률이 3.3%보다 낮으면 이 스프레드가 손실을 메우고도 남는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그보다 높으면 더 받은 이자가 손실을 다 메우지 못합니다.

다만 이 값을 실제 부도확률로 읽으면 안 됩니다. 스프레드에 섞여 있던 유동성 프리미엄과 위험 프리미엄까지 전부 부도 몫으로 돌려 계산했기 때문입니다. 이 숫자는 시장이 보는 부도확률이라기보다 그 상한에 가깝습니다.

만기가 길어지면 계산의 무게도 달라집니다. 이 식은 한 해를 기준으로 견주는 것이라, 만기가 5년이면 그 확률이 다섯 해에 걸쳐 쌓입니다. 같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이라도 만기가 긴 쪽의 스프레드가 넓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먼 미래일수록 회사의 사정이 지금과 달라질 여지가 크고, 그 사이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도 함께 반영됩니다.

회수율 가정 하나로 답이 크게 흔들린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같은 스프레드에서 회수율을 20%로 낮춰 잡으면 손익분기 부도확률은 2.5%로 내려갑니다. 건질 수 있는 금액이 적을수록 같은 보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부도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5. 등급 한 칸이 만드는 간격

국내 회사채 신용등급은 AAA에서 D까지 나뉘고, BBB− 이상이 투자등급, BB+ 이하가 투기등급입니다. AA부터 B까지의 등급에는 같은 등급 안에서 위아래를 가르는 더하기와 빼기 부호를 붙여 더 잘게 나눕니다. 이 경계를 사이에 두고 스프레드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투자등급 구간

  • 등급 범위: AAA부터 BBB−까지
  • 등급 간 스프레드 간격: 완만하게 벌어짐
  • 주로 문제가 되는 위험: 등급 하락에 따른 가격 하락
  • 기관투자자 편입: 대체로 가능

투기등급 구간

  • 등급 범위: BB+부터 D까지
  • 등급 간 스프레드 간격: 급격하게 벌어짐
  • 주로 문제가 되는 위험: 원리금 지급 자체의 중단
  • 기관투자자 편입: 규정상 제한되는 경우가 많음

간격이 아래로 갈수록 가팔라지는 이유는 부도확률 자체가 등급 한 칸마다 같은 폭으로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투자등급 경계를 넘어가면 담을 수 있는 투자자가 줄어 유동성 프리미엄까지 더 붙습니다.

등급이 고정된 값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실적이나 재무구조가 나빠지면 등급이 내려가고, 그 순간 요구되는 스프레드가 올라가면서 아직 부도가 나지 않았는데도 채권 가격이 떨어집니다. 만기까지 들고 갈 생각이라면 가격 하락 자체는 지나가는 일이지만, 중간에 팔아야 하는 사정이 생기면 그대로 손실이 됩니다.

6. 한 번의 부도가 지우는 여러 해의 이자

개별 회사채의 손익은 위아래가 대칭이 아닙니다. 아무리 잘 풀려도 받을 수 있는 최대치는 약속된 원리금이고, 잘못되면 원금의 상당 부분을 잃습니다. 스프레드는 이 비대칭을 감수하는 대가입니다.

숫자로 보면 감이 옵니다. 앞의 가정을 이어 스프레드 2%포인트짜리 채권을 5년 동안 들고 있었다면 국고채보다 더 받은 금액은 원금의 10%입니다.

같은 채권이 부도가 나고 회수율이 40%라면 잃는 금액은 원금의 60%입니다. 한 번의 부도가 여섯 해치 스프레드를 지운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위험은 한 종목에 몰아 담을 때 성격이 달라집니다. 여러 발행자에 나누어 담으면 결과가 평균으로 수렴해 기대손실에 가까워지지만, 한 종목에 몰면 전액 상환이거나 큰 손실이거나 둘 중 하나로 갈립니다. 앞에서 구한 기대손실과 손익분기 부도확률은 평균을 전제로 한 계산이고, 개별 채권 한 장에는 평균이 오지 않습니다.

시장 전체의 신용스프레드가 벌어지는 국면은 이런 판단이 특히 어려워지는 때입니다. 스프레드가 커진 만큼 받는 금액도 늘지만, 그 확대가 부도확률이 실제로 높아졌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거래가 얼어붙어 유동성 프리미엄이 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회사채의 높은 금리를 볼 때 그 숫자가 무엇의 값인지부터 갈라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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