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중도해지, 담보대출 이자보다 큰 이자 손실
만기를 몇 달 남기고 목돈이 필요해지는 일은 흔합니다. 이때 대부분은 예금을 깨는 쪽을 먼저 떠올립니다. 내 돈을 찾는 것이니 손해 볼 일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기예금을 만기 전에 해지하면 그동안 쌓였다고 생각한 이자가 거의 남지 않습니다. 같은 돈을 쓰면서도 예금을 살려 두는 방법이 있고, 남은 기간이 짧을수록 그쪽이 유리해집니다. 두 방법이 각각 무엇을 건드리는지부터 갈라 보아야 합니다.
1. 지나온 기간의 이자와 앞으로의 비용
만기 전에 돈이 필요할 때 선택지는 크게 둘입니다. 예금을 해지해 원금을 찾거나, 그 예금을 담보로 맡기고 필요한 금액만 빌리는 것입니다.
두 방법은 돈을 손에 쥔다는 점에서만 같고 나머지는 정반대입니다.
- 중도해지: 지나온 기간에 붙어 있던 이자를 다시 계산해 삭감
- 예금담보대출: 지나온 기간은 그대로, 앞으로 쓸 기간에 새 비용 추가
하나는 과거를 지우고 하나는 미래에 얹는 셈입니다.
그래서 비교의 기준도 하나로 정해집니다. 깨서 잃는 금액과 빌려서 드는 비용, 이 두 금액을 같은 기간 위에 놓고 견주는 것입니다.
해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출이라는 말에는 갚아야 할 빚이라는 무게가 붙어 있고, 예금을 찾는 일은 내 돈을 옮기는 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결국 남는 금액으로 판정됩니다. 느낌이 아니라 금액으로 놓고 보면 순서가 뒤집히는 구간이 있습니다.
아래의 계산은 모두 1년을 365일로 놓고 일할로 계산한다는 전제를 씁니다. 금액은 세전 기준이고, 금리는 연이율입니다.
2. 중도해지이율이 만드는 손실의 크기
정기예금의 약정금리는 약속한 기간을 채우는 조건으로 붙는 금리입니다. 만기 전에 해지하면 계약한 이율이 아니라 그보다 낮은 중도해지 금리가 적용되고, 이 금리는 예치한 기간에 따라 다르게 매겨집니다.
핵심은 이 이율이 기간에 비례해 매끄럽게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경과 기간을 구간으로 나눈 뒤 구간마다 약정금리에 정해진 비율을 곱해 적용하는 계단 구조이고, 구간이 앞쪽일수록 곱하는 비율이 작습니다. 구간을 어떻게 나누고 얼마를 곱할지는 상품마다 다르므로 가입한 상품의 설명서에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중도해지 시 이자 = 원금 × 중도해지이율 × 예치일수 ÷ 365
그대로 두었을 때 받게 될 금액은 다른 이율로 계산됩니다.
유지 시 이자 = 원금 × 약정금리 × 전체일수 ÷ 365
두 식에서 달라지는 것은 이율과 일수 두 자리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손실을 키우는 쪽은 일수가 아니라 이율입니다. 만기를 코앞에 두고 해지해도 그 시점까지의 이자가 약정금리로 계산되지 않고, 훨씬 낮은 이율로 처음부터 다시 계산됩니다.
잃는 것이 앞으로 받을 이자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미 지나온 기간의 이자까지 함께 줄어듭니다.
계단 구조라는 점 때문에 하루 차이로 결과가 갈리기도 합니다. 구간의 경계를 하루 앞두고 해지하면 그 아래 구간의 낮은 비율이 예치 기간 전체에 적용됩니다. 반대로 경계를 넘긴 뒤에 해지하면 예치일수가 하루 늘어난 것보다 이율이 올라간 효과가 큽니다. 급하지 않다면 구간표에서 다음 경계가 언제인지 보는 것만으로도 금액이 달라집니다.
3. 예금담보대출이 붙이는 비용
예금담보대출은 가입한 예금을 담보로 잡고 그 범위 안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입니다. 예금 계약은 그대로 살아 있으므로 만기가 되면 약정금리로 계산한 이자를 받습니다. 대신 빌린 기간만큼 대출이자를 냅니다.
금리는 그 예금의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담보가 예금 자체여서 떼일 위험이 작으니, 담보 없이 받는 대출보다 금리가 낮게 매겨집니다.
예금담보대출 이자 = 대출금 × (예금금리 + 가산금리) × 대출일수 ÷ 365
여기서 한 겹을 더 벗겨 볼 수 있습니다. 빌린 금액에 대해 예금금리만큼은 예금에서 그대로 받고 있으므로, 실제로 더 나가는 몫은 가산금리 부분입니다.
실질 추가 부담 = 대출금 × 가산금리 × 대출일수 ÷ 365
다만 두 금액의 성격이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예금에서 받는 이자에는 이자소득세가 원천징수되고 대출이자는 그대로 나가는 돈이므로, 정확히 견주려면 같은 기준으로 맞춰야 합니다. 가산금리의 크기와 빌릴 수 있는 한도는 상품과 은행에 따라 다릅니다.
빌린 돈을 언제 갚느냐도 본인이 정합니다. 필요한 기간만 쓰고 갚으면 그 기간의 이자만 계산되고, 예금 만기가 오면 원금으로 정리하는 방식도 쓸 수 있습니다. 대출 기간이 짧아질수록 위 식의 대출일수가 줄어들어 부담도 함께 줄어듭니다.
4. 같은 항목으로 맞춰 본 두 선택
같은 자리에 같은 항목을 놓고 보면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지키는지가 드러납니다.
예금을 깨는 경우
- 지나온 기간의 이자: 중도해지이율로 다시 계산
- 만기에 받을 이자: 없음
- 새로 드는 비용: 없음
- 끝난 뒤 남는 것: 없음
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 지나온 기간의 이자: 약정금리 그대로 유지
- 만기에 받을 이자: 그대로 수령
- 새로 드는 비용: 빌린 기간의 대출이자
- 끝난 뒤 남는 것: 예금 계약과 대출 기록
새로 드는 비용이 없다는 줄만 보면 해지가 나아 보입니다. 그러나 첫 줄에서 사라지는 금액이 셋째 줄의 대출이자보다 큰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비용은 눈에 보이고 사라진 이자는 보이지 않아서 생기는 착시입니다.
마지막 줄도 그냥 넘길 대목은 아닙니다. 담보대출을 받으면 예금과 대출이 동시에 남고, 갚기 전까지는 그 예금을 자유롭게 쓰지 못합니다. 담보로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만기가 오면 예금 이자는 약정대로 붙습니다.
5. 유불리가 뒤집히는 지점
두 금액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깨서 잃는 금액은 그동안 쌓아 온 기간이 길수록 커지고, 빌려서 드는 비용은 앞으로 쓸 기간이 길수록 커집니다.
깨서 잃는 금액 = 유지 시 이자 − 중도해지 시 이자
만기가 멀리 남아 있다면 아직 쌓인 이자가 적고 빌려야 할 기간은 길어서, 잃는 금액보다 대출이자가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만기가 가까울수록 잃는 금액은 이미 커져 있고 빌릴 기간은 짧아집니다. 남은 기간이 짧을수록 담보대출 쪽이 유리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간을 하나 더 갈라 보아야 합니다. 돈이 필요한 기간이 반드시 만기까지인 것은 아닙니다. 두 달 뒤에 갚을 수 있는 자금이라면 대출일수는 두 달이고, 그만큼 대출이자도 줄어듭니다. 반면 해지는 되돌릴 수 없어서 사흘 뒤에 돈이 생겨도 깎인 이자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한쪽은 기간을 조절할 수 있고 한쪽은 한 번에 확정됩니다.
6. 전부 깨지 않는 방법
필요한 금액이 예금 전체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계좌를 통째로 해지하면 쓰지 않을 돈까지 낮은 이율로 다시 계산됩니다.
정기예금 일부해지를 쓸 수 있는 상품이 있습니다. 예금을 해지하지 않고 맡긴 원금 가운데 일부만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다만 상품에 따라 일부해지가 되지 않거나 횟수에 제한이 있을 수 있어 가입한 계약에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처음 가입할 때부터 금액을 나누어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 계좌에 몰아 두는 대신 여러 계좌로 쪼개 같은 조건으로 가입해 두면, 나중에 필요한 만큼만 골라 해지하고 나머지는 약정금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 필요한 금액과 그 돈을 쓸 기간을 먼저 정합니다.
- 가입한 상품이 일부해지가 되는지 확인합니다.
- 담보대출의 가산금리와 한도를 확인합니다.
- 세 방법의 금액을 같은 기간으로 계산해 견줍니다.
계산이 복잡하다고 느껴지면 은행에서 두 방법을 비교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해지 버튼을 누르기 전에 물어보는 것과 누른 뒤에 물어보는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7. 누르기 전에 확인할 네 숫자
판단에 필요한 값은 많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맡긴 일수, 만기까지 남은 일수, 그 예금에 적용될 중도해지이율, 그리고 담보대출에 붙는 가산금리입니다. 이 네 가지를 알면 앞의 식들이 바로 채워집니다.
네 숫자 가운데 스스로 알기 어려운 것은 뒤의 둘입니다. 중도해지이율은 구간표로 정해져 있어 상품설명서와 약관에서 봐야 하고, 가산금리는 대출 상담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이 둘을 확인하지 않은 채 남은 기간만 보고 결정하면 대개 해지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숫자를 넣어 보는 순서도 어렵지 않습니다. 유지했을 때의 이자를 먼저 구하고, 지금 해지하면 받게 될 이자를 구해 그 차이를 냅니다. 그다음 필요한 금액과 쓸 기간으로 대출이자를 구해 두 값을 나란히 놓으면 판단이 끝납니다. 두 값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예금을 살려 두는 쪽이 선택의 여지를 남깁니다.
정기예금을 깨는 일은 앞으로 받을 이자를 포기하는 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지워지는 것은 이미 지나온 시간에 붙어 있던 이자입니다. 그 금액이 얼마인지 확인한 다음에야 담보대출 이자가 비싼지 싼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