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보험료가 정기보험보다 비싼 이유



사망보험금 1억원으로 같은 조건인데 한쪽은 월 십몇만원이고 다른 쪽은 몇만원입니다. 보장 금액이 같은데 보험료가 몇 배씩 차이 나면 싼 쪽이 뭔가 빠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빠진 게 아니라 파는 물건이 다릅니다. 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알면 어느 쪽이 나에게 맞는지도 함께 보입니다.

1. 같은 사망보장, 다른 보험료

두 상품은 사망하면 보험금을 준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다른 것은 언제까지 보장하느냐입니다.

정기보험은 정해진 기간 안에 사망했을 때만 지급합니다. 20년 만기로 들었다면 그 20년 안에 사망해야 보험금이 나오고, 기간을 무사히 넘기면 계약은 그대로 끝납니다.

종신보험은 기간이 없습니다. 언제 사망하든 지급합니다. 90세든 100세든 계약이 유지되고 있으면 보험금이 나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생깁니다. 사람은 반드시 사망합니다. 종신보험은 지급 여부가 불확실한 상품이 아니라 지급 시점만 불확실한 상품입니다. 반면 정기보험은 상당수가 지급 없이 끝납니다.

보험사가 계산할 때도 이 차이가 그대로 들어갑니다. 정기보험은 가입자 중 일부에게만 지급이 일어날 것을 전제로 필요한 총액을 잡지만, 종신보험은 계약이 유지되는 한 전원에게 언젠가 지급한다는 전제로 잡습니다. 출발점부터 규모가 다릅니다.

보험료는 지급할 돈을 미리 나눠 걷는 구조이므로, 반드시 나갈 돈을 준비하는 쪽이 어쩌면 나갈 돈을 준비하는 쪽보다 비쌉니다. 이 한 줄이 답의 절반입니다.

2. 보험료를 이루는 조각

매달 내는 돈이 통째로 보장에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세 갈래로 나뉩니다.

납입 보험료 = 위험보험료 + 저축보험료 + 부가보험료

위험보험료는 그해에 발생할 사망보험금을 대기 위한 몫입니다. 저축보험료는 나중에 쓰려고 쌓아 두는 몫입니다. 부가보험료는 계약을 유지하고 모집하는 데 드는 몫입니다.

이 중에서 두 상품을 가르는 것은 앞의 둘입니다. 정기보험은 저축보험료가 거의 없고 위험보험료 위주로 이루어집니다. 종신보험은 저축보험료의 비중이 큽니다.

부가보험료는 두 상품 모두에 붙습니다. 여기서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보험료 격차의 주된 원인은 아닙니다. 몇 배씩 벌어지는 이유는 다음 두 절에서 볼 위험보험료의 시간 구조에 있습니다.

왜 종신보험에 저축 성격이 붙는지가 핵심입니다. 아껴 두려는 의도가 아니라 구조상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3. 나이가 들수록 오르는 위험

같은 보장 금액이라도 위험보험료는 해마다 달라집니다.

위험보험료 = 보험가입금액 × 해당 연령의 사망률

30대의 사망률과 70대의 사망률은 차이가 큽니다. 그러니 같은 1억원을 보장하더라도 나이가 많을수록 그해에 필요한 위험보험료가 커집니다.

자연보험료

해마다 그해의 위험만큼만 걷는 방식입니다. 젊을 때는 적게 내고 나이 들수록 많이 냅니다. 실제 위험을 그대로 반영하니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갱신형 상품에서 이 방식의 그림자를 볼 수 있습니다. 일정 기간마다 그때의 나이로 보험료를 다시 정하는 구조여서 처음에는 싸지만 갱신할 때마다 오릅니다. 처음 보험료만 보고 판단하면 나중에 예상과 다른 부담을 만납니다.

문제는 후반부입니다. 고령이 되면 보험료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오릅니다. 정작 보장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낼 수 없어 계약을 놓치게 됩니다.

평준보험료

전 기간의 부담을 고르게 편 방식입니다. 매달 같은 금액을 냅니다. 대부분의 상품이 이 방식을 씁니다.

대신 가입 당시의 보험료가 끝까지 유지됩니다. 나이가 들어도 오르지 않고, 그 사이에 건강이 나빠져도 이미 정해진 조건이 바뀌지 않습니다. 앞쪽에서 더 내는 것에 대한 대가입니다.

이렇게 하면 앞쪽에서 그해 필요한 것보다 많이 내게 됩니다. 그 남는 부분이 쌓여 뒤쪽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메웁니다. 종신보험의 저축보험료는 여기서 나옵니다.

4. 반드시 오는 사건과 올 수도 있는 사건

이제 두 요소가 만납니다. 종신보험은 보장이 평생 이어지므로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구간까지 책임집니다. 그리고 그 구간의 위험보험료는 대단히 큽니다.

그 큰 금액을 나중에 걷을 수 없으니 미리 걷어 쌓아 두어야 합니다. 젊을 때 내는 보험료 중 상당 부분이 수십 년 뒤에 쓸 몫으로 적립되는 것입니다.

정기보험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보장 기간이 사망률이 급격히 오르기 전에 끝나고, 기간을 넘기면 계약이 소멸하므로 그 이후를 위해 쌓아 둘 이유가 없습니다.

정기보험을 아주 긴 기간으로 설정하면 종신보험에 가까워집니다. 90세 만기처럼 사망률이 높은 구간까지 끌어오면 준비해야 할 총액이 늘어 보험료도 그만큼 올라갑니다. 두 상품이 완전히 다른 종류가 아니라 보장 기간이라는 축의 양 끝에 있는 셈입니다.

같은 1억원 보장이라도 준비해야 하는 총액 자체가 다릅니다. 정기보험은 기간 안에 사망하는 사람들의 몫만 모으면 되지만, 종신보험은 가입자 전원의 보험금을 언젠가 지급해야 합니다.

5. 적립금이 쌓이는 쪽과 소멸하는 쪽

이 구조는 해지할 때 눈에 보입니다.

종신보험은 해지환급금이 생깁니다. 쌓아 둔 적립금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초기에는 부가보험료가 앞쪽에 몰려 빠져나가므로 낸 돈보다 적습니다. 원금 수준에 이르려면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정기보험은 해지해도 돌려받을 것이 거의 없습니다. 쌓아 둔 것이 없으니 당연합니다. 만기까지 유지해도 마찬가지로 남는 것이 없습니다.

적립금은 계약 안에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일정 범위에서 대출을 받거나 보험료를 대신 충당하는 데 쓰이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내 적립금을 당겨 쓰는 것이라 나중에 받을 금액이 줄어듭니다. 없던 돈이 생기는 장치가 아닙니다.

여기서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정기보험을 두고 돈을 버렸다고 하는 경우입니다. 그 기간 동안 보장을 받았고 그 대가를 낸 것이므로 버린 것이 아닙니다. 자동차보험료를 사고 없이 한 해를 보냈다고 버렸다고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있습니다. 종신보험의 환급금을 저축의 성과로 보는 경우입니다. 그것은 내가 미리 낸 돈이 남아 있는 것이지 불려서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6. 무엇을 사는 것인가

두 상품이 실제로 파는 것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정기보험이 파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보장 범위: 정해진 기간 안의 사망
  • 보험료 성격: 그 기간의 위험에 대한 대가
  • 계약 종료: 만기 도달로 소멸
  • 남는 것: 없음

종신보험이 파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보장 범위: 시점을 묻지 않는 사망
  • 보험료 성격: 위험에 대한 대가와 후반부를 위한 적립
  • 계약 종료: 사망으로 지급하며 종료
  • 남는 것: 적립금

정리하면 정기보험은 특정 기간의 위험을 옮기는 상품이고, 종신보험은 반드시 발생할 지출을 미리 준비하는 상품입니다. 목적이 다르니 가격이 다른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두 상품을 섞어 쓰는 방식도 있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만 종신으로 두고 자녀가 독립할 때까지 필요한 큰 금액은 정기로 얹는 식입니다. 필요의 성격이 둘로 나뉘면 상품도 나누는 편이 예산에 맞습니다.

7. 고를 때의 기준

어느 쪽이 낫다는 답은 없고 무엇이 필요한지에 따라 갈립니다.

보장이 필요한 기간이 정해져 있으면 정기보험이 맞습니다. 자녀가 독립할 때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다 갚을 때까지처럼 끝이 보이는 필요가 여기 해당합니다. 같은 예산으로 훨씬 큰 보장 금액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시점을 묻지 않는 필요가 있으면 종신보험 쪽입니다. 상속 재원이나 장례 비용처럼 언제가 됐든 반드시 발생하는 지출이 그렇습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저축 목적으로 종신보험을 드는 것입니다. 적립금이 쌓이는 것은 맞지만 사망보장의 대가와 부가보험료를 치른 뒤에 남는 부분이므로, 저축만 놓고 보면 효율이 떨어집니다. 보장이 필요 없는데 저축을 하려고 든다면 목적과 수단이 어긋납니다.

예산이 부족한데 큰 보장이 필요한 시기라면 정기보험으로 먼저 채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보장의 크기와 기간을 먼저 정하고 그다음에 상품을 고르는 순서가 반대보다 낫습니다.

이미 가입한 상품이 목적과 안 맞는다고 서둘러 해지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앞쪽 비용을 이미 치른 상태이므로 해지하면 그 부분이 회수되지 않고, 다시 가입하려면 그때의 나이와 건강으로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유지·감액·납입 조정 중 무엇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종신보험은 앞쪽에 부담이 몰린 구조라 몇 년 만에 해지하면 손실이 가장 큰 형태로 끝납니다. 낼 수 있는 금액인지가 어떤 상품인지보다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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