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출에 환급액이 갈리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연말정산 자료를 보면 공제라는 말이 여기저기 붙어 있습니다. 신용카드 사용액도 공제고, 의료비도 공제고, 연금저축도 공제입니다. 그런데 같은 100만원을 썼는데 누구는 16만원을 돌려받고 누구는 38만원을 돌려받습니다.
차이는 그 공제가 소득공제인지 세액공제인지, 그리고 내 소득이 어느 세율 구간에 있는지에서 생깁니다. 이 글은 두 공제가 계산 과정의 어느 지점에서 작동하는지, 같은 금액이 왜 다른 결과를 만드는지, 항목별로 어디에 속하는지를 정리합니다.
1. 두 공제가 작동하는 위치
세금은 한 번에 계산되지 않습니다.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두 공제는 서로 다른 단계에 끼어듭니다.
- 1년 동안 받은 급여를 모두 더합니다
- 근로소득공제를 빼서 근로소득금액을 구합니다
- 여기서 소득공제를 뺍니다
- 남은 금액이 과세표준입니다
-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해 산출세액을 구합니다
- 산출세액에서 세액공제를 뺍니다
- 남은 금액이 실제로 낼 세금입니다
소득공제는 3번 단계에서 세금을 매길 대상 금액을 줄입니다. 세액공제는 6번 단계에서 이미 계산된 세금을 직접 깎습니다. 순서가 다르기 때문에 효과를 계산하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2번의 근로소득공제는 급여 수준에 따라 자동으로 빠지는 금액입니다. 우리가 연말정산에서 챙긴다고 말하는 공제는 3번의 소득공제와 6번의 세액공제입니다.
총급여라는 말도 정리해 두면 좋습니다. 연봉에서 식대처럼 세금을 매기지 않는 비과세 급여를 뺀 금액이 총급여입니다. 의료비 공제 기준이나 연금계좌 공제율처럼 총급여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항목이 많아서, 계약 연봉과 총급여가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계산이 맞습니다.
2. 세율 적용 전에 빼는 소득공제
소득공제는 과세표준을 줄입니다. 과세표준이 줄면 거기에 곱해질 세율이 적용되는 금액이 그만큼 작아집니다. 따라서 실제로 아낀 세금은 공제받은 금액 자체가 아니라 그 금액에 세율을 곱한 값입니다.
소득세는 구간마다 세율이 다른 누진세율입니다.
| 과세표준 | 세율 | 지방소득세 포함 |
|---|---|---|
| 1,400만원 이하 | 6% | 6.6% |
| 1,4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 15% | 16.5% |
| 5,0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 24% | 26.4% |
| 8,800만원 초과 1억5천만원 이하 | 35% | 38.5% |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제를 받으면 과세표준의 맨 윗부분부터 깎인다는 점입니다. 과세표준이 6천만원인 사람이 소득공제를 100만원 받으면 5,900만원이 되는데, 줄어든 100만원은 24% 구간에 있던 금액입니다. 그래서 아낀 세금은 24만원이고 지방소득세까지 더하면 26만4천원입니다.
같은 100만원이라도 과세표준이 3천만원인 사람은 15% 구간에서 깎이므로 16만5천원을 아낍니다. 소득이 높을수록 소득공제의 효과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때 적용되는 세율을 한계세율이라고 부릅니다. 내 소득 전체에 붙는 평균 세율이 아니라 마지막 1원에 붙는 세율입니다. 과세표준 6천만원인 사람의 평균 세율은 15%대지만 한계세율은 24%입니다. 소득공제의 효과를 계산할 때는 평균이 아니라 한계세율을 곱해야 맞습니다.
3. 산출세액에서 바로 빼는 세액공제
세액공제는 산출세액에서 정해진 금액을 그대로 뺍니다. 세율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효과가 같습니다.
대부분의 세액공제는 지출한 금액에 정해진 공제율을 곱해 공제액을 정합니다. 의료비와 교육비는 15%, 보장성보험료는 12%입니다. 의료비 100만원을 공제 대상으로 인정받으면 세액공제액은 15만원이고, 이 15만원이 과세표준 3천만원인 사람에게도 1억원인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연금계좌는 공제율이 소득에 따라 나뉘는 예외입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16.5%, 초과하면 13.2%가 적용됩니다. 연금저축은 연 600만원까지, 개인형퇴직연금을 합하면 연 900만원까지 인정됩니다. 900만원을 모두 채웠을 때 돌려받는 금액은 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148만5천원, 초과하면 118만8천원입니다.
세액공제 항목에는 대부분 한도가 있습니다. 얼마를 쓰든 그 비율만큼 계속 깎아 주는 것이 아니라 인정되는 금액의 상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연금계좌의 900만원이 그런 상한이고, 교육비나 월세액도 대상과 금액에 제한이 있습니다. 한도를 넘겨 지출한 부분은 세금 계산에 반영되지 않으므로, 한도까지 채우는 것과 그 이상 쓰는 것은 효과가 다릅니다.
4. 같은 100만원이 만드는 다른 결과
두 공제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이며 다른 공제나 감면은 없다고 봅니다.
| 구분 | 과세표준 3,000만원 | 과세표준 1억원 |
|---|---|---|
| 소득공제 100만원 | 16만5천원 절세 | 38만5천원 절세 |
| 세액공제 100만원 | 100만원 절세 | 100만원 절세 |
| 지출 100만원의 15% 세액공제 | 15만원 절세 | 15만원 절세 |
첫 줄과 둘째 줄을 헷갈리기 쉽습니다. 세액공제 100만원은 세금을 100만원 깎아 준다는 뜻이지 100만원을 쓰면 100만원을 돌려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셋째 줄처럼 지출액에 공제율을 곱한 금액이 세액공제액이 됩니다.
정리하면 소득공제는 소득이 높을수록 유리하고, 세액공제는 소득과 무관하게 일정합니다. 세액공제 제도가 늘어난 배경에도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혜택이 쏠리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5. 항목별로 갈리는 소속
내가 쓴 돈이 어느 쪽인지 알아야 효과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소득공제 항목
- 본인과 부양가족에 대한 인적공제
- 국민연금 보험료와 건강보험료
- 신용카드,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
-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액
- 주택임차차입금 원리금 상환액
세액공제 항목
-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 납입액
- 의료비와 교육비
- 기부금
- 보장성보험료
- 월세액
- 자녀세액공제
신용카드 사용액이 소득공제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카드를 많이 썼다고 그 금액만큼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총급여의 25%를 넘는 사용액에 대해 결제수단별 공제율을 적용한 금액이 과세표준에서 빠지는 구조입니다.
의료비도 조건이 있습니다. 총급여의 3%를 넘는 금액만 공제 대상이 됩니다. 총급여가 5천만원이면 150만원을 넘게 쓴 부분부터 계산에 들어갑니다. 난임시술비는 30%, 미숙아와 선천성 이상아 관련 의료비는 20%로 공제율이 더 높습니다.
6.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
두 공제의 성격을 알면 어디에 힘을 줄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과세표준이 높은 구간에 있다면 소득공제 항목의 효과가 큽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35% 구간에서 깎이는 것과 6% 구간에서 깎이는 것은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과세표준이 낮은 구간이라면 소득공제로 아낄 수 있는 금액이 작습니다. 이때는 공제율이 정해진 세액공제 항목을 챙기는 편이 유리합니다. 연금계좌 세액공제가 총급여 5,500만원 이하에 더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 가지 더 볼 것은 낼 세금이 있어야 공제도 의미가 있다는 점입니다. 세액공제는 산출세액에서 빼는 것이라 산출세액이 이미 0이면 더 돌려받을 것이 없습니다. 소득이 적어 세금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공제 항목을 늘려도 환급액이 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부라면 누구 앞으로 지출을 모을지도 결과를 바꿉니다. 의료비처럼 총급여의 3%를 넘는 부분만 인정되는 항목은 소득이 적은 쪽에 모으는 편이 기준선을 넘기기 쉽습니다. 반대로 소득공제 성격의 항목은 한계세율이 높은 쪽에서 효과가 큽니다. 항목마다 유리한 방향이 달라 한쪽으로 모두 몰아주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닙니다.
정리하면 공제라는 같은 이름 아래 성격이 다른 두 제도가 있고, 어느 쪽인지에 따라 같은 지출이 만드는 환급액이 달라집니다. 내가 받은 공제가 과세표준을 줄인 것인지 세금을 직접 깎은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계산의 출발점입니다.



